아즈텍의 인신공양(人身供養)

가든 코트의 북쪽과 남쪽벽은 더욱 다양한 프레-콜럼비안 문명의
원시적 이미지와 상징성이 재현된다. 벽의 상단에 위치하는 거대한 누
드의 인물들은 인류의 4인종을 상징하고 있다. 북쪽벽에는 화산의 형상
을 사이에 두고 왼쪽에는 아메리카 인디언이, 오른쪽에는 흑인종이 나
타난다.(도 58) 남쪽벽에는 고대 아즈텍의 피라미드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에 백인종이, 왼쪽에 황인종이 배치되어 있다.(도 59) 4인종은 다소
어설픈 자세로 공간 속에 기대어 누워있다. 얼굴과 상체는 정면을 향하
고 있지만, 과장된 단축법으로 묘사된 접은 다리는 작은 부속물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인물들의 실제적인 힘은 얼굴에서 발산되고 있으며, 고귀한 석상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러한 4인종의 형태와 기능은 아즈텍의 인신공양(人身供養) 의식107)
에서 제물을 놓던 돌로 사용되던 차크 몰(Chac Mool)108)상(도 60)에서
유래되었다. 이들은 신화속에서 사방을 관장하는 신으로 4명이 함께 등
장한다. 등을 바닥에 붙이고 상체와 다리는 하늘을 향하며 얼굴은 정면
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의 임무는 인간의 심장을 신에게 전달하는 메신
저로, 이러한 유형의 조각상은 메조 아메리카 전체에 걸쳐 나타난다.

4인종의 도상은 아래의 자동차 패널에 자리하는 노동자들로부터 노동력
을 제물로 받아 세상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메신저로 차크 몰의 역할과상응되고 있다.

4인종의 중앙에 각각 자리잡은 화산과 피라미드 또한 은유적 상징성
을 띈 고대적 메타포로 작용하고 있다. 북쪽벽의 화산(도 58)은 자연이
만들어낸 산으로 프레-콜럼비안 시대의 자연적 토착 문화를 상징한다.
고대로부터 남미의 서부 산악지대는 화산의 폭발이 잦아 폭우와 태풍보
다도 두려운 자연의 존재였다. 벽화속에서 화산은 이러한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토착적인 자연의 거대한 힘을 드러내는 것이다. 반면, 남쪽벽
의 피라미드(도 59)는 인간이 만들어낸 산으로 프레-콜럼비안 시대의기술적인 문화를 상징한다.

고대 아즈텍의 피라미드는 5개의 계단이 있고,

꼭대기에서는 제사가 치뤄지는 장소였다. 고대의 테오티우아칸
(Teotihuacn) 문화 속에 양성된 피라미드는 태양의 피라미드와 달의 피
라미드가 대표적이다.(도 61) 이집트 피라미드의 모티프에 메소포타미
아의 지구라트의 축조양식이 연상되는 이 피라미드는 한 변이 225미터
에 높이가 65미터가 되는 거대한 축조물로, 두 피라미드는 흔히 짝을
이루어 나타난다.109) 벽화속 피라미드는 이러한 테오티우아칸의 피라미
드 양식으로 계단을 갖추고 있고, 유사한 형태로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북쪽벽의 화산과 상응되기 위해 오직 하나의 피라미드만이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