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솔책임
한편 교통규칙위반이 빈발하기 때문에 차량 운행 시 타인의 위반사항이 많
을 수 있음을 각별히 유의해야 할 장소에서 신뢰의 원칙이 배제되는가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교통사고의 빈도를 가지고 신뢰의 원칙을 배제한다면 객관
적 주의의무위반의 범위를 너무 넓히는 결과가 되어 고도의 산업사회의 다이
내믹한 활동을 극히 제약하는 결과가 될 염려가 있기 때문에 단순한 통계적
인 도로교통규칙위반의 빈도와 같은 사정은 신뢰의 원칙이 배제되지 않는다
고 보아야 한다.181) 다만 예외적으로, 이러한 장소에 도로관리청이나 경찰기
관 등 행정기관에서 교통사고가 빈발하는 지역임을 표시하는 표지를 설치하
고. 운전자가 이를 예상해야 할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신뢰의 원칙을
적용받기 곤란하다고 보아야 한다.
타인의 행동에 대한 지휘, 감독이나 감시 등 우월적 관계에 있는경우
업무분담자 사이에 우월적 지위에 있는 자는 하위자에 비해 위험판단을 내
림에 있어 보다 명확한 판단자의 입장에 있으므로 하위자의 무해성 판단을
일방적으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우월적 지위에 있는 자는 상황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하위자의 잘못을 상쇄시켜줄 임무를 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들의 인솔책임 또는 정신장애자의 감호책임, 신체장애자
의 보호책임 및 의료 공동작업에서 전문의와 수련의 혹은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 등과 같은 수직적 분업관계에서의 상위자는 하위자에 비하여 우월적 지
위에 있으므로 하위자의 잘못을 상쇄시켜줄 임무를 지고 있다.
판례는 이에 관해서 분업적 의료행위 영역에서 ‘의사는 전문적 지식과 기능
을 가지고 환자의 전적인 신뢰 하에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자로서, 그 의료행위를 시술하는 기회에 환자에게 위해가 미치
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최선의 조치를 취할 의무를 지고 있고 간호사로 하
여금 의료행위에 관여하게 하는 경우에도 그 의료행위는 의사의 책임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고 간호사는 그 보조자에 불과하므로, 의사는 당해 의료행위
가 환자에게 위해가 미칠 위험이 있는 이상 간호사가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충분한 지도·감독을 하여 사고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이를 소홀히 한 채 만연히 간호사를 신뢰하여 간호사에게 당해 의료행
위를 일임함으로써 간호사의 과오로 환자에게 위해가 발생하였다면 의사는
그에 대한 과실책임을 면할 수 없다184)’고 판시하고 있다. 의사와 환자사이
에는 이와 같은 이유로 신뢰의 원칙 적용을 부인하는 것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