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방
다섯째 방
이 방에서는 하느님과의 합일이 이루어지는 주입 관상의 첫 단계가 시작
된다. 하느님은 인간의 노력에 당신의 힘을 합치셔서 새로운 작업을 영혼
안에서 하신다. 이것은 일치기도의 결과로서 영혼의 모든 기능은 하느님
안에서 잠심하며 악령의 유혹은 더 이상 받지 않는다.
상상도 기억도 오성도 이 궁방의 행복을 막지 못합니다. 진정 하느
님과의 합일이 이루어지면, 악마는 여기에 들어서지도, 해를 끼치지
도 못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가장 가까이 계실뿐더러, 영혼과 하나
가 되셨는데 어디라고 감히 들어오며, 그 신비를 어떻게 제가 알 수있겠습니까
이 궁방에서 영혼은 온갖 만족과 평화와 즐거움을 맛보게 되므로 비록
이 세상에 있지만 이 세상의 것들을 초월하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777) 데
레사는 이 궁방에 오른 영혼에게 덕에 나아가기를 힘쓰고 매사에 신중하
고 성실하게 살아가며 자신을 송두리째 하느님께 봉헌할 것을 권고한다.
전달수, 앞의 책, 138-139. 다섯째 방에서 성녀는 기도 중에 하느님과 영혼
과의 합일이 어떻게 이뤄지며 그 영혼 안에 일어나는 기도의 효과들에 대해 설명한다.
이와 함께 하느님이 은혜를 주실 때 인간이 갖는 마음가짐에 따라서 하느
님이 말을 하신다고 가르치면서, 이상적인 자세는 이기적인 자아를 죽이
는 데 있다고 한다. 데레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번데기가 죽어 누에가 되
고 마지막에는 아름다운 명주실이 나오듯이 이 기도의 단계에 이른
영혼은 세속에 죽어야 한다.
자애와 자기 의지와 지상의 모든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고행과
기도와 극기와 순종, 여러분이 아시는 온갖 선행을 하면서, 이 작은
고치를 틉시다. ...중략... 죽읍시다. 저 누에가 그 생겨난 목적을 위한
일을 마치고 죽듯이, 우리도 죽으면 그 때에야 비로소 하느님을 뵙
고, 마치 고치 안에 들어 있는 누에마냥, 우리도 당신의 무한 속에
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중략... 인간이 이 기도상태
에 이르고, 세속에 아주 죽어 버리고 말면, 하이얀 나비가 되어 나오게 됩니다.